우리 아이 ADHD 검사를 받게 된 이유
사실 우리 아이는 어릴 때부터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특별히 별난 아이도 아니었다.
블록을 한자리에 앉아 오래 가지고 놀았고, 책 읽는 것도 좋아했다.
말도 빨랐다.
18개월쯤에는 문장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고, 세 살 때는 읽어준 책을 거의 통째로 외워 읽기도 했다.
다섯 살 무렵에는 이런 질문도 곧잘 맞혔다.
"피자가 8조각 있고 우리 가족이 4명이면 몇 조각씩 먹을 수 있을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아이, 꽤 똑똑한데?'
그래서 ADHD는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ADHD라면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집중도 못 하고, 책도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우리 아이는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처음 이상하다고 느낀 건 초등학교 입학 전후였다.
아이는 사고력 수학 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집에서도 간단한 학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설명하면 이해는 하는 것 같았다.
문제를 보면 아는 것 같았다.
그런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특히 소마 사고력 수학을 2년 가까이 다녔는데도 눈에 띄는 성장이 느껴지지 않았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성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답답했다.
그래서 웩슬러 검사를 받게 됐다.
검사 결과는 의외였다.
전체 지능은 꽤 높게 나왔다.
그런데 단기기억력과 처리속도가 눈에 띄게 낮게 나왔다.
그때부터 검색을 시작했다.
'단기기억력 낮음'
'처리속도 느림'
그러다 ADHD 관련 글들을 많이 보게 됐다.
물론 그때는 확신하지 않았다.
그냥 머릿속 한편에
'혹시?'
정도로만 남겨두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집에서의 생활은 점점 힘들어졌다.
대단한 공부를 시키는 것도 아니었다.
연산 문제집 두 장 정도.
그런데 책상에 앉히는 것부터 전쟁이었다.
앉아도 집중을 못 했다.
금방 다른 생각을 했다.
결국 공부보다 싸우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화상영어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업 내내 몸을 꼼지락거리고,
의자에 제대로 앉아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소마 학원은 좋아했지만 숙제는 너무 싫어했다.
초등학교 1학년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본적인 것들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런데 더 힘들었던 건 주변의 반응이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비슷한 말을 했다.
"엄마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원래 남자애들은 그래."
"애가 똑똑한데 뭘."
"첫째라서 기대가 큰 거야."
사실 그 말들을 들으면 나도 흔들렸다.
정말 내가 예민한 건가?
내가 아이를 너무 몰아붙이고 있는 건가?
괜히 문제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스스로를 의심하는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집에서 매일 아이와 부딪히는 사람은 나였다.
별것 아닌 일에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폭발하는 모습.
화가 나면 스스로를 멈추지 못하는 모습.
그런 상황들이 점점 잦아지고 있었다.
나는 계속 괜찮다고 생각하려고 했다.
남자아이들은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려고 했다.
그런데 둘째가 커가면서 조금씩 비교가 되기 시작했다.
같은 집에서 자라는 아이인데 반응이 너무 달랐다.
그때부터는 '원래 그런 것'이라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학교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친구와 다투는 과정에서 아이가 친구를 때렸다는 이야기였다.
친구가 먼저 때렸다고한다.
그리고 아이는 화를 조절하지 못했고 똑같이 친구를 때렸다.
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사실 그 일 하나 때문은 아니었다.
그동안 쌓여 있던 수많은 의문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내가 느끼던 어려움.
학습 과정에서의 갈등.
감정 조절 문제.
친구 관계의 어려움.
그리고 혹시 ADHD일지도 모른다는 의심.
그날 처음으로 생각했다.
ADHD가 맞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중요한 건 지금 내가 힘들고,
아이도 힘들다는 사실이었다.
만약 ADHD라면 도움을 받으면 되고,
아니라면 또 다른 원인을 찾으면 된다.
혼자 인터넷만 뒤지며 고민하는 것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병원을 알아봤고 검사를 예약했다.
ADHD라는 진단을 받고 안받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를 더 잘 이해하고 싶었고,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알고 싶었다.
그게 우리 가족이 ADHD 검사를 받기로 결심한 진짜 이유였다.
돌이켜보면 나는 ADHD는 아니길 바랐다.
그냥 우리 아이를 좀 더 이해하고 싶었다.
왜 이렇게 힘든지.
왜 나는 매일 아이와 부딪히는지.
왜 다른 사람들은 괜찮다고 하는데 나만 힘든지.
그 답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솔직히 검사를 예약하면서도 많이 망설였다.
혹시 정말 ADHD면 어떡하지?
괜히 내가 아이를 문제 있는 아이로 보는 건 아닐까?
별생각이 다 들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힘들었던 건 진단명이 아니라 혼자 끙끙 앓던 시간이었다.
혹시 나처럼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원래 남자애들은 다 이런 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부모가 있다면,
한 번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ADHD가 맞는지 아닌지를 떠나서,
아이를 이해하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됐다.
다음 글에서는 실제로 ADHD 검사를 받으러 갔던 날 이야기와 검사 결과를 들었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