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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세 내주러 학원 보내는 건 아닐까 싶었다|웩슬러 검사 후기

by 후와니 2026.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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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웩슬러 검사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아이들이 한 번씩 받는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영재교육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검사이기도 했죠.

마침 동네에 관련 기관도 생겨서 관심은 있었지만 선뜻 예약까지 하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비용도 부담됐고, 굳이 지금 받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거든요.

괜히 유난 떠는 엄마처럼 보일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많은 공부를 시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학원 숙제나 간단한 연산 문제집 몇 장 정도였는데도 시작할 때마다 짜증을 내고 집중을 못했습니다.

7살부터 사고력 수학학원인 소마를 다니고 있었는데 학원 가는 건 너무 좋아했습니다.

한 번도 가기 싫다고 한 적이 없을 정도였죠.

그런데 숙제는 달랐습니다.

문제집을 펼쳐놓으면 장난감을 만지고,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숙제를 마치는 것 자체가 전쟁이었습니다.


사실 그전까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학원을 좋아하고 즐겁게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친구 아이가 같은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시험에서 100점을 받아오고,

프리미어반 준비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겁니다.

그때 처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혹시 전기세 내주러 학원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성적이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분명 아이는 이해하는 것 같은데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얘는 왜 이럴까?

이해를 못하는 걸까?

집중을 못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걸까?

그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풀배터리 검사는 여러모로 부담이 컸기 때문에 우선 웩슬러 검사부터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여름방학이기도 했고요.

예약을 하고 검사 당일이 되었습니다.

걱정이 많았습니다.

아이가 낯선 환경을 싫어하는 편이라 검사를 힘들어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빨리 끝내고 나왔습니다.

 

게다가 나오자마자 한 말이 의외였습니다.

"엄마, 검사 재밌었어."

그 말을 듣고 한시름 놓였던 기억이 납니다.

잠시 후 결과 상담을 받게 되었는데 정말 놀랐습니다.

아이의 지능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 언어이해 133
  • 시공간 125
  • 유동추론 131
  • 작업기억 111
  • 처리속도 103

 

특히 언어이해 점수가 높게 나온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상담 선생님은 어휘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아기 때부터 정말 많은 책을 읽어줬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괜히 뿌듯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그동안 제가 느끼던 아이의 모습이 검사 결과와 상당히 비슷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아이는 책을 읽어주면 한 번만 들어도 거의 외우다시피 했습니다.

반면 한글을 가르칠 때는 생각보다 어려워했습니다.

귀로 듣고 이해하는 능력은 뛰어난데 눈으로 보고 반복해서 익히는 건 힘들어하는 아이였던 거죠.

 

수학도 비슷했습니다.

수학 자체는 좋아했습니다.

문제를 풀고 새로운 개념을 배우는 건 재미있어했지만

숙제를 꾸준히 하고 반복하는 건 너무 힘들어했습니다.

검사 결과를 듣고 나니 그동안 제가 답답해했던 부분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 아이는 이런 방식으로 배우는 아이구나.'

'내가 느끼던 게 틀린 건 아니었구나.'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검사를 받은 것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비용도 생각보다 아깝지 않았고, 아이 역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진작 받아볼 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둘째도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한 번쯤은 받아볼 생각입니다.

 

그런데 상담을 듣다 보니 한 가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언어이해, 시공간, 유동추론은 상당히 높았는데 작업기억과 처리속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던 겁니다.

물론 작업기억 111점, 처리속도 103점도 평균 이상입니다.

 

문제는 점수 자체가 아니라 다른 영역과의 차이였습니다.

높은 영역과 비교하면 30점 차이가 났거든요.

검색을 하면서, 이런 점수 차이가 큰 경우 ADHD 성향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됐습니다.

그날 이후로 제 머릿속에는 ADHD라는 단어가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아이와 함께 ADHD 검사를 예약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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