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아이를 키우며 가장 속이 타들어 가는 순간이 언제일까요?
저희 아이는 ‘하기 싫은 일을 시작하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 힘들어해요.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나 공부를 시작하기까지 엄청난 에너지와 기싸움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충동 억제가 잘 안되다 보니, 남들이 보기엔 정말 별일 아닌 일에도 폭발하듯 화를 많이 내곤 하죠.
전형적인 ADHD 아이의 모습입니다.
1. "운동신경 제로인 줄 알았던 아이" ➔ 클라이밍에서 찾은 반전
사실 저희 아이는 전형적인 스포츠를 못해요.
수영도, 축구도, 달리기도 잘 못합니다.
6살 때 인라인을 시켰는데, 남들은 보통 3개월이면 떼는 진도를 저희 아이는 무려 1년이 걸렸어요.
7살때 시작한 수영은 1년간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그때 속으로 ‘아, 우리 애는 타고난 운동신경이 진짜 없구나’ 하고 단정 지었죠.
그래도 키는 커야 하니까, 제발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학교 방과후 수업을 통해 줄넘기, 외발자전거, 클라이밍을 꾸준히 시켰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어요. 클라이밍을 시키면서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축구나 달리기처럼 순간적인 순발력이 필요한 운동은 힘들어했지만,
자신의 체중을 견디며 한 단계씩 올라가는 클라이밍을 너무나 잘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아이는 운동신경이 없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페이스로 버텨내는 근력과 지구력이 뛰어난 아이였던 겁니다.
💡 전문가가 말하는 ADHD와 대근육 운동
ADHD 아이들은 뇌의 도파민 회로가 활성화되지 않아 '시작하는 힘'과 '억제하는 힘'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클라이밍, 외발자전거, 줄넘기처럼 전신 근육과 균형 감각을 동시에 쓰는 운동은 뇌의 소뇌를 자극해
주의 집중력을 높이고 충동성을 줄여주는 완충제 역할을 해줍니다.
2. 음악 재능 제로, 엉덩이 가벼운 아이에게 피아노를 시키는 이유
8살 때부터 시작한 피아노는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ADHD 특성상 가만히 앉아 반복 연습하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데다, 솔직히 아이에게 음악적 재능이나 감각도 별로 없거든요. 악보를 보며 똑같은 곡을 몇 번이고 치는 건 아이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피아노를 끊지 않고 계속 시킵니다.
제가 아이에게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되라고 피아노를 시킬까요? 아닙니다.
커서 다 까먹을 것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제가 피아노 학원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피아노는 아이의 뇌를 치료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 피아노가 ADHD 뇌에 미치는 영향
- 좌우뇌 동시 자극: 오른손과 왼손이 서로 다른 악보를 보며 칠 때, 좌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발달합니다.
- 실행 기능(Start) 훈련: 악보를 읽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일련의 과정은 ADHD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작업 기억력'과 '시작하는 힘'을 훈련시켜 줍니다.
- 충동 조절과 인내: 박자를 맞추기 위해 건반 앞에서 잠깐 기다리는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아이의 **충동을 억제하는 힘(인내심)**을 키워줍니다.
3.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엄마의 소신
아이를 키우면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남들의 속도에 내 아이를 맞추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인라인 떼는 데 1년이 걸리면 어떤가요. 1년 뒤엔 어쨌든 탈 수 있게 되었는걸요.
축구를 못 하면 어떤가요. 벽을 타며 자기 한계를 뛰어넘는 클라이밍을 즐길 줄 아는데 말이죠.
피아노를 치며 악악거리고 힘들어해도, 그 10분, 20분의 시간을 견뎌내며 아이의 뇌와 소근육, 그리고 참을성은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당장 국영수 학원에 보내서 문제집 한 장 더 푸는 것보다,
지금 우리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건 뇌를 자극하는 운동과 인내를 배우는 악기였습니다.
오늘도 하교 후 학원 가기 싫다고 투정 부리는 아이를 보며 숨을 깊게 한번 쉬어봅니다.
소질이 없어도 괜찮다, 자라나는 그 과정 자체가 너에게 가장 큰 자산이 될 테니까요.